
2711억짜리 계약이 하루아침에 날아갔다. LS전선과 LS마린솔루션이 안마해상풍력 프로젝트와 맺었던 케이블 공급 계약이 전격 해지됐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솔직히 처음엔 "어지간히 크게 틀어졌나 보다" 싶었다. 근데 파고들수록 이 사건은 단순히 한 회사의 수주 취소가 아니라, 국내 해상풍력 산업 전체가 안고 있는 구조적 문제를 그대로 드러낸 사례였다.
안마해상풍력, 어떤 프로젝트였나
안마해상풍력은 전라남도 영광군 안마도 인근 해상에 조성되는 대규모 해상풍력 단지 프로젝트다. 총 사업비만 4조 9000억 원에 달하는 초대형 재생에너지 사업으로, 국내에서도 손꼽히는 규모다. 최대주주는 싱가포르계 인프라 투자기업 에퀴스(Equis)다.
이 프로젝트에 LS전선과 LS마린솔루션은 각각 해저 케이블 공급 및 설치를 맡기로 하고 계약을 체결했는데, 두 회사를 합산한 계약 규모가 2711억 원 수준이었다. 국내 해상풍력 인프라 수주로는 꽤 굵직한 딜이었다.
왜 갑자기 해지됐나
공식적으로 개발사가 "사업 추진이 어려워졌다"며 계약 해지를 통보한 형태다. 그런데 그 뒤에는 복잡한 사정이 얽혀 있다.
첫 번째는 군 인허가 문제다. 안마해상풍력 사업 부지가 국방과학연구소(ADD)의 방산 무기 실험 해상 구역과 겹쳐 있어서, 착공 전에 필요한 공유수면 점·사용허가 취득에 계속 난항을 겪어왔다. 바다 위에 풍력 단지를 세우려면 국방부 협의가 필수인데, 이게 제대로 풀리지 않은 것이다.
두 번째는 개발사의 재정 문제다. 최대주주 에퀴스가 덴마크 해상풍력 기업 코펜하겐인프라스트럭처파트너스(CIP)에 사업 매각을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자가 바뀌는 과정에서 기존 계약들이 정리되는 흐름으로 보면 이해가 된다.
LS전선은 공식 입장으로 "개발사로부터 사업 중단에 따른 계약 해지 통보를 받았다"면서도, "안마해상풍력은 국내 대형 프로젝트인 만큼 사업이 재개되면 새 계약 등 협력 방식을 재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문 닫았지만 완전히 끝난 건 아니라는 뉘앙스다.
LS전선 입장에서는
이번 계약 해지가 아프긴 하지만, LS전선 전체 그림으로 보면 치명타는 아니다.
LS전선의 현재 수주잔고는 6조 2000억 원을 넘는다. 2024년 대비 1조 원 이상 늘어난 수치로, 핵심은 초고압직류송전(HVDC) 해저 케이블이다. 이 제품을 만들 수 있는 회사가 전 세계에서 4~5곳밖에 없다. 공급이 제한적이니 수요가 몰릴수록 LS전선의 협상력이 세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게다가 미국이 중국산 해저케이블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기조가 이어지면서, 국내 전선업체들이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라는 기대도 크다. 탈중국 흐름이 LS전선에겐 기회다.
2711억 수주가 날아간 건 분명 손실이지만, 6조가 넘는 잔고를 쌓아놓은 회사 입장에서는 한 프로젝트가 빠진다고 흔들릴 상황은 아니다.
국내 해상풍력의 민낯
이번 사건에서 더 신경 쓰이는 건 LS전선보다 안마해상풍력 프로젝트 자체, 나아가 국내 해상풍력 시장의 현주소다.
안마해상풍력만의 문제가 아니다. SK오션플랜트와 CS윈드도 이미 안마해상풍력과의 공급 계약을 중단한 바 있고, 울산 해상풍력도 연달아 좌초했다. 신안 10조 원 규모 해상풍력은 발전사업허가 4수 도전에도 보류 상태다.
구조적 문제가 분명하다.
- 부지 인허가: 군 협의, 어업권 보상, 환경영향평가 등 착공 전 절차가 너무 길고 복잡하다
- 디벨로퍼 재무 불안: 국내 해상풍력 디벨로퍼들 상당수가 외국 자본에 의존하는데, 글로벌 금리 환경이 바뀌면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늘고 있다
- 수익성 불확실성: 고금리 환경에서 초기 투자비가 큰 해상풍력의 사업성 계산이 쉽지 않다
정부가 해상풍력 확대를 재생에너지 정책의 핵심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인허가 지연과 자금 문제로 사업이 연달아 멈추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마무리
솔직히 이번 뉴스를 보면서 두 가지 감정이 동시에 들었다. 하나는 "LS전선은 뭐, 괜찮겠다"는 안도감이고, 다른 하나는 "국내 해상풍력은 진짜 언제쯤 제대로 굴러가나" 하는 피로감이다.
수조 원짜리 사업들이 부지 문제 하나, 자금 문제 하나로 줄줄이 멈추는 걸 보면 정책 의지가 아무리 강해도 실행 기반이 받쳐주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는 걸 새삼 느낀다. LS전선이 글로벌 해저케이블 시장에서 수주를 끌어오는 동안, 정작 국내 프로젝트들이 줄줄이 좌초하는 이 대비가 씁쓸하다. 언젠가 국내 해상풍력도 제대로 된 발판을 갖추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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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전선·LS마린솔루션, 2천711억 안마해상풍력 계약 해지 - CBC뉴스 | CBCNEWS
[CBC뉴스] LS전선과 LS마린솔루션은 27일 ‘안마해상풍력 프로젝트’ 공급 계약이 해지됐다고 공시했다.해지 규모는 LS전선 약 1천771억원, LS마린솔루션 약 940억원으로, 합계 약 2천711억원이다.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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